좁디 좁은 미국행 비행기에서 불편한 잠을 청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5개월간 미 서부 남단의 샌디에고에 체류할 예정이다. 긴 시간 비행으로 계속 칭얼거리던 아기는 그녀의 품에서 지금 막 잠이 든다. 눈을 감고는 있지만 갑자기 환해지는 빛을 그녀는 느낄 수 있다. 어두웠던 기내의 한 창문을 승객이 연 것 같다. 해가 뜨고 있는 걸 느낀다. 눈을 뜨기는 싫다. 창문을 연 여자 승객 옆의 무심한 남자승객은 여전히 마스크를 낀 채 잠들어 있을 것이다. 그녀도 잠시,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괜히 걱정되네.'
갑자기 어둠을 느낀다. '벌써 창문을 닫은 거야? 아, 그 거대한 백인 여자 승무원이 지나가는 모양이군. 향수냄새가 실린 거대한 허벅지가 내 머리카락 끝에 부딪힌 걸 보면 틀림없지.' '끝없는 하늘이 지겹다. 윽, 땅이 그립다.' 하늘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원하던 그녀의 소망은 ,결국 장장 20시간 동안 세 종류의 비행기를 갈아타고서야 이룰 수 있었다.
p.s 글을 다 쓰고 보니 비행기의 방향이 서쪽은 아니었으나 통상적으로 미국도 서양에 포함되어 그냥 그대로 서쪽으로 라고 썼습니다.
작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