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외곽의 어느 저렴한 호텔의 일요일 아침.
간단한 뷔페 식사가 준비된 로비에는 편한 차림의 투숙객들이 제각기 일회용 접시를 들고 빵이랑 커피 등을 담느라 약간 북적인다. 전날 고단한 여행 탓에 잠이 덜 깬 그 역시 마른 빵을 씹고 있다. 이윽고 그는 거대한 모자가 움직이는 건너편 쪽 테이블을 보게 되는데 그곳엔 말없이 천천히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 흑인 노부부가 있다. 생경한 살구 빛 드레스와 짝을 이루는 거대한 모자를 쓴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있고 할아버지 혼자서 자상하게 이것저것 챙겨 와서 느리게 수저와 씨리얼을 놓고는 할머니 옆에 앉는다. 그리고 그 거대한 모자(Church Hat)가 숙여진다. 두 노인은 얌전하게 기도를 한다.
느리게 식사를 하는 그들은 별로 말은 없지만 마치 신혼부부처럼 다정하다.
딸각거리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수저와 스티로폼 그릇을 치우면서도 그는 못 본 척 계속 그 부부를 훔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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