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한 조각-애리조나 소노란 사막에서
뜨거운 바람이 온통 나의 머리칼을 헤집는다. 나의 선글라스 위를 덮친다.
그를 놓쳐 버릴 것 같아 발걸음을 서두른다.
에어컨 외풍기보다 더 숨 막히는 바람 탓에 벌써 숨 쉬기 조차 힘들다.
강한 생명들로만 구성된 이곳에는 오코틸로, 춀라 들이 듬성듬성 숲을 만든다.
새나 벌레들이 안식처로 파놓은 구멍들이 숭숭 나있는 키 큰 사와로(선인장) 사이로 얼핏
그의 아름다운 등이 보인다. 그와 가까워 질수록 고스란히 그의 슬픔이 내 것이 된다.
그는 아주 아주 옛날 베링해를 거쳐 이 대륙에 건너온 나의 또 다른 조각일지도 모른다.
그는 지혜롭고 선한 삶을 살았건만 이젠 이 대륙에서 중심에서 밀려 소수자로 보호되고 박제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가 나의 미행을 눈치 챈 것 같다.
그는 살짝 미소만 흘린 채 오코틸로 뒤편으로 휙 사라져 버린다.
조급해진 나는 그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그-Native American
작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