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들을 보고 있다. 수 백 개는 되어 보인다.
구멍 속을 들여다보나, 그 속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 뿐.
밑동부터 한참 저기 위까지 온통 이 소나무를 곰보로 만든 구멍들은 정확하고 예리한 원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상처를 입었는데 살아 있을 리 없...는 게 아니네, 싱싱한 솔잎들이 나무 끝에서 흔들리고 있잖아.’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아니 나무도마 위에서 마늘을 다지는 것 같다.
생각보다 가까이에 그 요리사는 있었다.
흰 모자 대신에 빨간 꽁지깃을 머리에 꽂고 일정한 간격으로 노련하게 두드린다.
그곳 나무도 이미 그 요리사에 의해 난타당한지 오래이다.
성은 딱이요, 이름은 다구리. 그의 식사시간을 더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아 숲속 부엌에서 살며시 돌아 나온다.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