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 피닉스 지역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묵은 숙소의 주인은 뜻밖에도 한국인이었고 덕분에 언어에 대한 두려움 없이 맘껏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샌디에고에서 6년간 지내다 여기 투산에 온지는 몇 년 안 되었어요.” “캘리포니아 물가가 너무 올라서 여기 애리조나로 왔어요.” “이 근처에요? 별로 볼 게 없는데. 한인식당 하나 알려드릴까요?”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투산 거리를 지날 때 하나하나 건물들이 개성 있고 아지 자기한 맛이 있어 '볼 게 많구만 뭘.'하고 생각한다. 객실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어젯밤 묵었던 숙소로 다시 간다. 카운터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주인이 나오지를 않는다.
하는 수 없어 현관문을 나가는데 청소 중인지 한 아름 침대시트를 안고 다른 객실에서 나오는 그 여주인을 볼 수 있다.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하다. 삶터를 여러 번 바꾸면서 생겼을법한 고단함이 더욱 그의 몸짓을 무겁게 만든다. 그에게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생각할 만한 여유가 없다.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