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작업노트
답사하면서/
박쥐 촬영지 답사를 위해 이인미 작가와 약속한 날, 비가 느닷없이 도심을 장악해버린다.
우산도 준비 못한 나는 이인미 작가와 서면 어느 지하 커피점에서 비를 피해 있는다.
시간이 좀 흐르고 거짓말처럼 말짱해진 지상의 상큼한 공기와 약간 축축한 아스팔트길이 나쁘지 않다.
지도를 들고 찾아간 영화<박쥐>의 촬영지 입구는 여느 평범한 부산 주택골목과 다를 바 없다. 마을버스가 오가는 포장된 넓은 골목길을 들어가며 이리저리 카메라를 들이댄다. 슬슬 감정이입이 시작된다.
빌라건물 틈에서 한번 씩 모습을 드러내는 주택들의 모습은 예전에는 너무나도 흔했으나 지금은 일부러 찾아야 겨우 볼 수 있는 그런 집들이다.
작은 타일이 점점이 박힌 단층이나 2층집, 좁은 공간에 최대한 공간을 늘리다보니 들쭉날쭉 해진 집들을 보고 있자니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 곤 한다.
걷다 뒤로 돌아본다.
저 멀리 뿌연 하늘을 뚫고 있는 주상복합건물 세 채가 날 보고 있다.
목적지 적산가옥(일제(日帝) 때, 우리나라에 있던 일본(日本) 사람의 집;출처 다음검색)에 다다른다. 박쥐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중요한 장소이다.
근대건축의 양식이 잘 살아있는 꽤 멋진 건물이다.
영화촬영을 위해 가미된 설치물도 약간 남아있으나 그냥 지나치면 아무도 이곳이 영화 촬영지였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어떠한 안내도 없다. 내가 어슬렁거리는 게 신경 쓰였는지 건물안(지금은 pc수리하는 곳) 한 사나이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다.
곧 이 일대도 재개발에 들어갈 모양이다. 맞은편 건물엔 재개발 조합사무실이 있다
개인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