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서
나는 젊은 시절부터 시를 좋아했다.
특히 함축적이면서 이미지가 강렬한 시를 좋아했던 것 같다.
여러 여성 시인의 시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김혜순 시인의 시에 매료되었었다.
굉장히 강렬하고 뻔뻔하고 칼라풀한 느낌이었다.
책장 한 칸이 김혜순 시집으로 가득찼다.
시간이 흘러 우연찮게 김혜순의 시에 여성미술작가가 이미지로 푸는 전시 <김혜순 브리지>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연히 팬심이 솟아오르며 신나게 작업했다.
이 작품은 김혜순 시인의 특정 시를 가지고 작업한 것은 아니고 내가 20대 때 강렬하게 보았던 당시 김혜순 시의 여러 이미지와 느낌을 결합해서 그린 것이다.
치렁치렁한 옷을 입은 죽어가는 여자는 바닥과 천정이 흔들리는 밀폐된 곳에서 고통받고 있다. 벽은 벌집무늬의 끝없는 반복으로 그것마저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고통이 극에 달할 무렵 그 속에서 무언가 삐집고 나온다. 온화하고 평화롭고 다행스러운 무언가가 태어난다.
작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