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어보에 10여년전 우연히 빠져들었다. 정약전의 특별한 유배일지인 자산어보는 언뜻보면 해양생물의 지루한 나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그린 생물들은, 괭이상어, 박대, 까치복, 닭새우, 맛조개, 적어, 석자어,새조개,명주고동, 강치, 가자채이다. 그 중 새조개 이야기를 하자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새조개는 형상이 정말로 새가 웅크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두고 정약전은 능청스럽게(?)도“참새 빛깔에 무늬가 참새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 것 아닌가” 하고 썼다. 그 표현이 재미있어서 나는 조개 속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처럼 그렸다. 또한 괭이상어에 대한 정약전의 기록도 재미있다. 괭이상어는 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안고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을 정도라고 했는데, 그 대목도 그려 보았다. 자산어보는 그 만의 독특한 시선과 어법으로 화가인 나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