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스레 그림이 안되는 날이 있다
대체적으로는 하루 걸러 가며 잘 되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편이지만
유독 처음부터 찜찜한 기분으로 시작한 그림은
끝까지 애먹이다가
결국은 다시 새로 시작하거나 지워진다
그런 그림은 물감의 두께만 계속 두툼해질뿐
색은 탁해지고 뚜렷한 뭔가가 없어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슨한 그림이 되고 만다
물론 기분은 형편없이 구겨지게 되고
당장 아무것도 못할것처럼 무기력해 진다
하지만,
또 아무렇지도 않게
내일은 오고
어제일은 그렇게 기분좋게 잊을 수 있다
요즘처럼 바쁘게 그림을 그리다 보면
하루에도 수없이 그런 기분에 휘둘린다
비참하거나 그렇지 않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