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시는 시인이자 경북대 교수로 재직 중이신
이 상규 님의 작품입니다.
'거대한 낡은 집을 나서며'(포엠토피아)에 실린 시입니다
제 생각엔 아마도 제 작품 '급한 목욕'과 '군국주의에 대하여'
대한 시인듯 합니다
이상규님의 허락없이 제 홈에 올렸습니다
방정아,목욕하기
-화가 방정아를 위한 변주
동네 목욕탕
야단스레 물 뒤집어쓰는
엉덩이가 유난히 크고
또 가뭄 든 논바닥 갈라지듯
살이 튼 여인
온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옷을 걸친 듯 가슴팍 부위에 머물러 있다
부젓가락으로 말아 올린 헝클어진
머리칼
얼굴은 유리조각 깨어지듯
주름 골 깊고
우울하고 추악한
사내들의 혓바닥이
노동에 지친 여인네의
검은 젖꼭지에 얼룩을 내다가
성감대를 스치자
화들짝 놀라 일어선다
방정아가 관리하는
이 세상이 버려놓은 여인이
내 곁에는 숱하다
화랑 M에 나들이 온
정신대 할머니는
오랜만에 한가롭게 목욕을 즐긴다
두 다리 사이 그 깊은 곳에 머문
샤워꼭지에는
아직도 일본 군가가 우렁차게 밀려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