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6번째 글입니다.
꿈 꿀 권리
나는 돈이 아주 많은 부자다.
어느날 난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복합쇼핑몰로 재개발할까 망설이다 미뤄뒀던, 00동 낡은 빌딩 몇 채를 예술가들의 공동 스튜디오로 영구 무료 임대해 주기로 했다.
관리비는 사용자가 부담하기로 하고.
가능성이 많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제대로 작업공간을 가질 수 없는 작가들을, 입주조건에 있어 우선 순위로 두기로 했다. 사용기간은 2년, 그 뒤엔 또 새로운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부산지역의 팔팔한 작가들이 입주하기 시작했고, 슬럼화 될 뻔한 그 동네는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 건물들은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1년에 한번씩 행해지는 Open Studio는 부산의 내실 있는 문화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각 장르별 대화와 교류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어린 작가들의 비관적인 한숨도 점점 줄어들었다. 재능이 있지만 형편상 재능을 꺾었던 작가들이 날개를 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0회장과 0원장도 뜻을 같이해 이런 단지가 2곳 더 생기게 되었다.
나는 지금에 와서는 이 일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거의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에 가까운 힘겨운 작가들을 우리가 지원해주지 않으면,
이후 우리의 문화적인 삶의 질도 보장받기 어려워진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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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참, 꿈도 못 꾼답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