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7번째 글입니다. 극장에서 며칠동안을 급한 일로 왔다갔다 하며 바쁘다가, 오늘 갑자기 한가해 졌다. 이런 날은 영화 한편 보면 괜찮다. 급하게 작업실을 빠져나오고 , 어느새 난 극장 매표소 앞에 서 있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3'을 선택한다. '3편을 보니까 좀 정리가 되는 군..' 빵 봉지의 바스락 대는 소리가 미안해서, 액션장면에서의 굉음 같은 배경음악이 나올 때 재빨리 빵을 끄집어 낸다. '이 장면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헌정이군' 난 빵을 한 조각 베어 문다. '이번에도 네오(주인공)가 이소룡이 되는 군.' 남은 쥬스를 마저 꿀꺽 삼킨다. 스크린의 하늘엔 무지개가 뜨고, 이윽고 자막이 올라간다. 낮 시간이라 몇 안 되는 사람이 재빨리 일어 나간다. 내 앞 줄 사람이 쏟은 팝콘 알갱이들이 바닥 곳곳을 나뒹군다. 난 좀 더 앉아 있어 본다. 전통 인도음악에 거친 기계음이 엉켜 꽤 매력적인 소리가 되어 흘러나오고 있다. '그래, 끊임없이 오고 가고, 영향 주고, 영향 받고 , 그게 문화 인가보다' 난 중얼거리며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