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9번째 글입니다.

영역 다툼

청소에 게으른 내 덕에, 작업실의 거미들은 이 구석 저 구석 안심하고 집을 짓고 산다.
뭐 먹을거나 제대로 있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래도 그 녀석들이 나도 싫지는 않다.
어쩔땐 거미줄의 섬세한 짜임새가 놀라워 가만히 감상하기도 한다.
얼마 전 자연사 한 왕거미는 내 선반 위에 고이 모셔져 있다.

하루의 절반이상이 저희들 차지일텐데, 걔네들 입장에선 내가 몇시간 씩 들르는 손님일 뿐이다.

그렇게 보면 그 공간의 진짜 주인은 내가 아닌 것이다.

내가 사는 집 근처를 들락거리는 쥐도, 들고양이도 그들에겐 당연히 그들의 영역인 것이다.
언제나 우리 인간들은 우리가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착각을 한다,
그 착각으로 이 지구가 위협받고 있다!!

아니 - 근데 ,내 그림위에-
거미의 분비물이 뚜욱-. 시꺼멍-.

난 어느새 포악한 인간으로 변하고
눈에 보이는 거미줄들을 쫘악 다 걷어낸다.

지구 모든 생물과의 공존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