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3년 11월 한달간 부산일보에 기고했던 일기 형식의 짧은 글들입니다
총12편의 글 중 11번째 글입니다.
또 다른 나
집에 거울이 모두 몇 개더라?
안방 화장대 거울 하나, 거실 벽에 하나, 그리고 욕실에... .
내가 움직이는 동선 상에 거울들은 걸려 있어 난 자연스레 거울을 본다.
지나치며 힐끗 보게 되는 내 모습.
추워진 날씨 탓에 내 어깨선은 조금 더 올라가 있고 , 형광조명 아래 무표정한 입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까칠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늦가을, 피부는 탄력을 잃어 더욱 짙은 그늘을 만들어낸다.
지하철 조명 아래 내 모습은 더욱 창백해, 바라다 보는 자체가 괴로울 지경이다.
말없이 또 다른 내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인상 좀 펴라.'
나도 모르게 구겨져 있던 양미간 주름이 살짝 펴진다.
볼이 잠시 실룩거린다.
내 그림 속 인물들은 왠지 나를 닮아 있다.
그게 부끄러워 뒷모습을 그리거나 아주 작게 그리거나 했었지만,
사람들은 금새 그림 속의 나를 알아 보았다
이렇듯 늘 나에게 가장 익숙한 얼굴, 거울 속의 나.
오만한 나를 꾸짖고, 힘 빠진 나를 격려해 주는 또 다른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