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방정아의 그림을 보며-
장미진
여자 하나가 잡목숲에 떠 있다
길 위에서 여자는 길을 찾는다
유화 물감이 발을 휘감고
도망갈 수도 없는 밤이 올지도 몰라
모든 꽃들은 그래서 의심스럽다
그림 바깥에도 길이 없다
미술평론가 따위도 없다
얼마나 더 떠 있어야하나
그 여자가 찾는 길, 우리 또한 잃어버린 길
누군가, 낯선 길을 만나 차라리 길이 되는 사람
헤매어도 끝내 길인 사람
여자 하나가 잡목숲에서 걸어나온다
액자 속은 여전히 유화물감의 깊은 늪인데
모든 길들이 수런거리며 바람 속으로 길을 낸다
의심스러운 꽃들을 밟고
그 사람도 걸어나올 수 있을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