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여행기- 첫째 날
‘초특가 부산 투어 패키지-일본 전’을 후쿠오카에서 2005년 12월 19~22까지
열게 되었다.
대마도에 2번간 게 일본 여행의 전부인 나로서는 저렴하게 후쿠오카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 후쿠오카에 여행가는 사람들은 근처 온천(벳푸)이나 하우스텐보스 등에
가는 중간지로서 가는 것 같다.
나는 전시가 주된 목적이었던 만큼 멀리 갈 수는 없었고 그래서 결국 후쿠오카시내를 충분히 구경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도 불가능했다
<출발부터 삐그덕 거리다>
우리 전시팀을 인솔하기로 한 작가 정수옥 님은 며칠 뒤 부산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 와중에 이 큰 행사를 준비했으니 어떻게 되었을까?
1시 배 비틀호(쾌속선)를 타기 위해 11시30분 국제여객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되어있었다. 원래 첫날 출발자는 7명 나머지 2명은 월, 수요일에 오기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명이 사정이 생겨 오늘 출발을 취소했다.
그리고 다른 작가들도 돌아오는 날짜를 변경하느라 매표소에서 오랜 시간 보내야 했다. 거의 출발시간이 다가오고 표를 받으려하는 찰나 ‘정수옥 님 여권 유효기간 만료입니다’ 그동안 정신없던 날을 보내던 정작가님.. 새여권대신 구여권을 가져오고 만 것이다. 집이 언양이라 다시 가져오더라도 마지막 배를 타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갑자기 남겨진 4명(나, 티나 김, 쁘리야 김, 송성진)은 망연자실할 틈도 없이 9작가의 작품을 이고 지고 출국수속을 받으러 뛰기 시작했다
대부분 가벼운 작품이었으나 몇 개의 문제작(큰 개 2마리, 철판 선반, 긴 나무상자)이 정말 난관이었다. 그냥 괴력으로 들고 갔다고 할 수 밖에...
겨우 승선 했을때 우리 때문에 출발이 늦어진지라 승객의 차가운 시선들이 여기저기서 날아 왔다. 일본어를 잘 하는 티나를 앞장세워 사과의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타기 직전 화물 용량 초과액도 지불해야 했다.
2시간 50여분 뒤 도착할때도 짐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되었기에 바짝 긴장했다.
개인짐 포함 약 20개를 네명이서 챙겨야 했다.
입국 수속때도 우리의 놀라운 짐에 터미널직원 모두 신기해했다.
결국 개2마리 작품은 X-레이 촬영 검사를 받아야 했다.
두터운 파카속에선 땀이 줄줄 흘렀다.
<디스플레이>
하카다항에서는 일본에서 이 전시를 준비해 주신 이성훈 교수(서남대학 교환교수로 가 계신다)님, 통역을 위해 문지영(큐슈대 조소과)씨와 아이 둘, 서남학원 직원인 가와즈 상, 그리고 짐차 운전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4명만 온 우리를 본 그들은 잠시 놀랐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 어서 서남학원으로 옮겨야 했다. 밤 9시 까지는 디스플레이를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웰컴카드와 시내 지도를 재빨리 챙긴 후 가와즈상의 봉고에 몸을 실은 우리는 정수옥 선생이 걱정 되었다.
도착해서 먼저 전시장가서 디스플레이 하라는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다.
또한 행사와 전시 전반에 대해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던 고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난감했다.
부산 보다는 훨씬 따뜻한 날씨였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해질녘 거리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거리였다.
점심도 못 먹은 터였지만 임영선이 챙겨준 떡과 빵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다.
듣던 대로 그곳엔 전시장이 따로 없어 학생 휴게실에 철근을 치고 검은 천을 둘러 공간을 만들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간이용 칸막이를 여러 개 들여와 거기에 대부분의 작품을 부착했다.
블랙라이트로 조명시설을 해야 했던 송성진 씨 작품은 옆쪽 다른 방에 설치했다.
문지영씨의 아이들도 우리를 도왔다^^(시온, 쥰 이라는 귀여운 남매였다)
그 와중에 가와즈상이 도시락을 사와서 모두 맛있게 먹었다.
국물이 없어 좀 퍽퍽했지만 돈까스와 닭튀김 반찬은 꽤 맛있었다.
<다다미 방 게스트하우스>
조명까지 모두 마무리 할때쯤 정수옥선생이 내일 아침 도착하는 밤배를 탔다고 연락이 왔다. 안심한 우리는 무거운 몸을 끌고 숙소로 향했고 도착하니 9시가 넘어있었다. 물론 숙소 예약자 취소 때문에 한동안 프론트에 있어야 했다.
또한 숙소의 규칙사항에 대한 10분간의 교육을 받고(?) 방으로 갔다.
서남학원 소속 게스트하우스라 매우 저렴했다.
하루 숙박료가 우리돈으로 5000원도 안되었지만
대신에 무척 규칙이 엄격했다.
금주, 금연, 10시 30분 까지 입실, 목욕은 저녁 7시~9시, 아침에 따뜻한 물 안나오는 등등..
근데 뭐 이런 것도 재미있잖아?
솔직히 그곳에 있는 4박 5일동안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해 건강해진 느낌도 없잖고 무엇보다 저렴한 숙박료는 그 규칙에 조아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남자인 송성진씨는 우리랑 가장 멀리 떨어진 끝방을 배정받고 갔다.
따뜻한 욕조가 우리를 위로해주었다.
어쨌거나 널찍한 다다미 방은 첫날 심신이 지친 우리를 매우 떨게 만들었다.
히터를 틀었지만 그 놈의 냉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요를 두개 깔고 이불을 두개 덮고 양말신고 머플러 하고..
피곤했던 우리는 곧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