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5a.jpg


5b.jpg


5c.jpg


5d.jpg



사진설명 
1.하카다 여객터미널. 멀리 결항소식을 찍는 방송국직원과 카메라가 보인다 
2.까멜리아 
3.내가 탄 2등실 
4.세차게 일렁이는 파도 

후쿠오카 여행기-다섯째 날 

밤새 기침을 하던 정수옥 선생은 아직 자고 있었고 눈을 떠 보니 
5시 30분이었다. 
8시 30분배를 타려면 7시까지 터미널에 가는 게 여유 있다. 
정수옥 선생을 깨워 대충 씻고는 어두운 방에서 우리 둘(정수옥 선생, 나)은 고양이처럼 빠져 나왔다. 
숙소 관리인 부부는 아직 주무시는지 현관 문이 잠겨 있었다. 
할 수 없이 잠을 깨우니 아저씨가 불평 없이 문을 열어주며 
‘조심해서 잘 가세요’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정 선생이 일본어를 잘 알아들으신다.) 
거리는 아직 어두웠고 빙판길이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 얼굴을 머플러에 푸욱 넣은 채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하카다역에서 버스로 갈아타서 하카다 여객터미널(하카다 항)에 도착하니 왠지 휑하니 조용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직원이 우리를 보며 뉴스 안 봤냐며 오늘 기상악화로 인한 결항이라는 것이다. 
뉴스를 봤을 리가 없는 우리는 그냥 입을 쩌억 벌린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비틀호 여직원이 큰 배인 까멜리아호는 12시 30분에 출항하니 그걸 타는 게 어떠시겠냐는 것이었다. 
(까멜리아는 6시간 넘게 걸린다) 
내일 개인전을 앞두고 한시가 급한 정수옥 선생은 반드시 오늘 낮 안으로 부산에 도착해야 했다. 
그녀는 비행기는 뜰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공항으로 향했다. 
남은 나는 그냥 까멜리아를 타보기로 했다. 
시간은 너무 많이 걸리겠지만 다른 배를 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기도 했다. 
거의 4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뉴스 방송국 직원들이 카메라를 이리저리 비추고 배를 기다리는 다른 승객들을 인터뷰했다. 
까멜리아 승선권 발권을 해두고 근처에 혹 둘러볼 곳이 있는지 나가봤다. 
칼바람이 막 불고 있어 멀리 갈 수 없었으나, 주변에 공원을 낀 대형 건물(무역전시장 같은)과 로터리 
그리고 멀리서 하얗게 빛나는 까멜리아를 볼 수 있었다. 
대형 호화 여객선처럼 보였다. 
실제로 시설은 꽤 괜찮았다. 바다가 보이는 목욕탕도 있었다. 
가격대는 여러 가지였으나 가장 싼 게 비트호와 같은, 편도 80,000원이었다. 
물론 난 가장 싼 표를 구입했고 10명정도 들어가는 방이었고 각자의 짐칸과 이부자리 칸이 있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불편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까멜리아에 승선 한 후 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무섭게 출렁이는 파도와 먹구름이었다. 
방에 짐을 풀고 로비로 나와 한국 신문도 보고 바깥풍경 사진도 찍었다. 
조금 있으니 점심시간이 되어 남은 동전으로 산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그동안 미해결과제였던 큰 볼일도 쾌적한 그 배의 화장실에서 해결했는데 
거기엔 일본인을 위한 부산관광안내지도가 있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안경집 선전과 때밀이와 맛사지 광고가 많았다는 점이다. 
뭐, 그들에겐 부산의 매력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적인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방으로 가서 담요를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옆 일행은 어린 남매를 둔 가족이었는데 방에 설치된 TV로 ‘나홀로 집에 2’를 보고 있었지만 난 개의치 않고 잠에 빠져들었다. 
몇 시간을 잤는지... 안내 방송이 내 꿀잠을 깨웠다. 부산항이 가까워 지고 있다 했다. 
TV에는 6시 내고향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핸드폰도 켜고 가방을 챙겼다. 
어둠 속의 부산항은 예쁜 불빛들로 반짝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