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화명동엔 그나마 DMC라는 극장이 있어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 그곳의 매력은 영화진흥위에서 지원받는 예술 전용 극장이 있다는 점이다.
5층 9관.
방학철이 되면 어린이 만화 영화에 자리를 뺏겨버리지만
요즘 같은 철엔 그래도 그 본연의 의무 상영을 다해
그래서 나의 한가로운 생활에도 탄력이 붙는다.
얼마전 본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 부터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내가 거기서 본 영화도 꽤 된다.
부산국제영화제때 매진되어 놓친 영화들이나 홍상수 등의 감독영화제 등등.
내 휴대폰이 꺼져 있다면 대부분 그 시간은 DMC 9관에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거의 매주
즐겨찾기에 등록된 그 극장 홈페이지에서 상영시간표 체크.
거의 예외없이 상영시간 5분전에 아슬하게 슬라이딩해서 매표소 도착,
예술전용관 회원카드로 2000원 할인 받고
재빨리 커피를 산다.
영화리플렛을 뽑은 후 5층으로 내려가면
거의 어김없이 졸린 표정의 안내원이 나를 반긴다.
앞에서 네번째 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으면
곧 극장안 불은 꺼진다.
아무도 없다.
신발을 벗고 앞자리에 두다리를 쭉 뻗고서는
편안히 뒤로 몸을 젖히면
오 나의 영원한 오아시스!
혼자서 큰 소리 내어 낄낄 웃고
벅벅 다리를 긁어대고
또는 훌쩍거린다.
국민의 세금이 감사하고 또 미안하지만
또 나마저도 보지 않는다면 이 소박한 공간마져도 사라질까봐 조바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