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김기덕 감독의 초기작들이 항상 궁금했으나
이상하게도 볼 기회를 놓쳤다.
내가 본 그의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그리고 봄' , '활'
그리고 어제 본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예외적인 작품들만 골라서 본 건 지도 모른다.
생경함 속에서 펄떡거리는 어떤 힘이 그의 작품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식피식 웃으면서 본 이 영화를 처음엔 큰 긴장없이 보다가
가면 쓴 새희가 등장하는 장면부터
앗 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드러난 어떤 기괴함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관객인 우리를 노려 본다.
종이로 대충 오린 세희사진 가면은 웃고 있고
그 가면을 쓴 새희는 울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가면을 쓴 채로 웃으면서(울면서) 길거리를 걸어 간다.
그녀는 성형수술 했던 병원의 의사를 찾아 가고
그 의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가면을 벗겨 자기 얼굴에 써 본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써 보라고 권한다.
그러자 방금 나갔던 새희가 돌아와 그 가면을 뺏어 찢어 버리고
정중히 인사하고 나가 버린다.
비디오 아트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김기덕 감독이 미술을 공부했다는 얘기를 언뜻 들은 듯도 하다.
어떤 엉성한 섬에 여기저기서 모아 둔 듯한 조각물들이 엉성한 느낌으로 방치 된 듯
조성된 조각공원의 장면은 아마도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는 결코 나올 것 같지 않는 그런
묘한 느낌이다.
조악할 정도의 느낌이 드는 새희의 마스크의 입술 그림 등과
섬으로 가는 배 안에서 지우와 마스크 쓴 새희가 공 주고 받는 장면등
그런 이미지등은 제도권 감독들에서 나올 수 없는 아주 거칠면서 흥미로운 느낌을
내뱉는다.
내 취향의 영화 이다.
요즘 논란이 된 그의 발언이지만
작년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활'을 관람할 때
작가와의 대화 시간에 이미 그의 입에서 거침없이 뿜어져 나왔다.
협박 같기도 했지만 내 귀엔 너무도 절절한 하소연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