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공존
핵몽
"빨간휴지 주까? 파란휴지 주까?"
2017.1.6 ~ 18
오픈퍼포먼스 6일 6시
인디아트홀 공
서울 영등포구 선유서로 30길 30
박건, 방정아, 정정엽, 정철교, 홍성담
어떤 휴지를 골라도 우리는…. 그러니 꿈 깨자.
꿈을 꾼 적도 없는데 마치 그런 꿈이 우리에게 있는 것처럼 생각한 지 오래다. 풍요와 편리를 미끼로 한 꿈의 덫. 그 덫에 걸린 것을 알지 못한다. 강요된 꿈속에서 파란 휴지와 빨간 휴지라는 선택지 외의 것은 상상할 권리조차 주어진 적이 없다는 것도. 그저 서서히 죽는 날을 기다리는 것밖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죽는 날만을 기다린다는 것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나름의 생동에 취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심한 진단일까.
이미 오랫동안 국가적 사태들에 대해 기민하게 움직여온 작가들이 가짜 꿈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 까마귀를 자처했다. “우리가 날아가는 걸 한 번 보라. 위험은 곧 닥칠 것이다.” 왜 이렇게 겁을 주냐고? 맞게 봤다. 그들은 당신에게 겁을 주러 왔다. 당신에게 겁주기 위해 보이지도, 냄새나지도 않는 위험한 꿈에 형상을 부여하고 채색한 그림들을 걸었다. 그 위험이 결코 허상이 아님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비극과 파괴는 막연한 것도 아니며,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우리 코앞까지 닥쳤다. 수많은 자료는 그 위험, 심지어 우리에게 주어진 불이익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지 그것을 들여다보기 불편할 뿐이다. 들여다보는 순간 죽음에 대해 곱씹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삶을 반전시키고 투쟁해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딸려 올라오기 때문이다. 작가들도 처음에는 죽음을 마주하기 두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까마귀다. 먼저 감지한 파괴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든 날아올라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 서울까지 올라왔다.
그들의 작품을 보고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파괴와 죽음을 상상하는 일이다. 이 전시를 단순한 계몽으로 보고 만다면, 비극은 손쉽게 우리를 덮칠 것이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인생 선배들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야말로 ‘생’으로 가는 길이다. 홍성담 작가는 “바로 지금 당장 원전을 폐쇄해야 한다. 희망이라는 말에 속지 말자”고 전한다. 우리는 스스로 꿈을 깨버린 후에야 진정한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죽음에 이르는 파란 휴지나 빨간 휴지가 아닌, 연대와 대안이라는 희망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