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작품은 전시 출품작 중의 하나인 '건조한 너의 매력'이다.
오랜만에 수도권에서 개인전을 가지게 되었다.
99년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후 8년만인 셈이다.
몇몇 작품은 부산에서 이미 발표했던 작품들이지만
수도권에서는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이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전시를 열게 되었다.
그리고 2001년부터 틈틈이 작업한 간단한 애니메이션 작업도 9편 상영한다.
애니메이션이라 하기보다는 회화적인 움직그림이라 하는 게 더 적절할 듯 싶다.
전시기간은 3월 14일 까지이지만 일주일정도 더 연장 전시 될 예정이다.
나는 전에 언젠가 정아의 그림 <고독함의 상쾌한 매력>을 “내가 가지고 싶은 그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술 언저리에서 일한지 꽤 되었지만 그림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데 말이다. “가지고 싶은 그림”이란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내 취향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어울릴 예쁘장한 그림이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어쩌면 그건, 그 그림이 단순히 사람없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데도 굉장히 내밀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정아의 그림은 보통 때 이 작품보다는 더 바깥과 다른 사람을 향해 있지만, 그 시선이 한낱 세태 스케치로 머물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삶의 밀도에 가닿는 그녀의 이런 내밀한 정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그림에는 황망하고 연약한 일상의 순간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안으면서도 그것들을 지탱하고 있는 허약한 토대를 후벼파는 날카로움이 있다. <넌, 누구냣>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처럼, 그것은 예기치 않은 맞닥뜨림에서 얻은 상처로도 표현되고, <남의 집>처럼, 갓 이사온 내 집에서 남의 집에 온 것처럼 덩그나미 앉아있는 그런 막막함으로도 표현된다. <건조한 너의 매력> <맹인 이씨>같이, 제일 최근에 그린 작품을 본다. 특유의 내밀함은 여전하고 세상의 아이러니함을 응시하는 따듯한 시선도 여전하지만, 화면 가득 얽힌 선과 색깔로 그녀는 조금 더 먼 곳에서 자신만의 색다른 환상적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맹인 이씨가 상상한 물과 풀의 세상이나 바삭바삭 부서지는 낙엽의 세상처럼, 그녀는 사람들이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하고 지나치는 작은 구석에서 일상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아름다움을 길어내 보여준다. 하지만 또 그것은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지 일상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조선령(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