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 끝나고 나서야 올리게 되었네요.
목욕탕 프로젝트
전 시 명 : 때를 벗기다
전시기간 : 2007년 3월 9일(금) - 4월 13일(금)
참여작가 : 강태훈, 김수은, 심준섭, 이인미, 변득수, 안재국, 백성준, 방정아, 이진이, 이선경, 이광기, 신무경, 정윤선, 김찬수, 김병권, 서상호, 심점환, 박재현, 김한나, 박자현, 정도윤, 박미경, 문진욱, 정찬호, 이은호, 윤필남, 이우수, 호흡(김경화, 최문경, 장숭인),
전시내용
대안공간 반디가 목욕탕 건물이었던 장소로 이전과 동시에 재개관전을 열었다. 장소는 같은 광안2동이며 금련산 역에서 광안역 중간지점 혼다자동차 매장근처 새마을 금고 골목(광안2동 동사무소 골목) 1블록 안의 옛 <제원탕> 건물이다.
이전 후 첫전시를, 장소성을 고려하여 ‘때를 벗기다‘ 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한다. 사라져가는 동네목욕탕은 우리들에게 하나의 향수로 남을지도 모르게 대형사우나와 찜질방으로 대체되어가고 있습니다. 동네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행위로써의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제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명절이나 제사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가고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의 솔직한 고백과 서로의 몸을 닦아주는 교감의 장소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동네 어른들의 사랑방으로써 골목안 우리동네의 이야기들이 오가는 수다와 모임의 장소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의 외형에 걸친 옷가지들을 모두 벗고 수평적 관계에서 솔직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공사진행 중의 모습이 담긴 기록적 작업에서부터 목욕탕이라는 공간과 목욕이라는 행위에 주목하는 작품도 가능하며 솔직한 우리들의 이야기, 닦아내어야할 우리의 어두운 흔적들에 주목하여도 좋을 듯 하다.
<목욕탕 프로젝트> -김만석
두 가지 조건부터 만족시켜 보자. 먼저 목욕탕. 목욕탕은 개개인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장소’이다. 장소라는 것은 목욕탕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체험을 낳는다는 의미이다. 목욕탕에 설치된 사물함과 열쇠는 독서실의 사물함과는 달리 또 다른 신체인 옷을 보관한다는 점에서 영혼의 거푸집이다. 사물함 열쇠를 손목이나 발목에 차고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도 그 사물함이 단순히 물건을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목욕탕에 배치될 수 있는 사물들 가령, 스킨과 로션, 헤어드라이어, 선풍기, 빗, 면봉, 손톱깎기, 체중계, 샤워기, 욕탕의자, 때수건, 열탕, 냉탕, 찜질방과 간단한 운동 도구들도 모두 신체와 바로 인접해 있는 구체적인 사물들이므로 목욕탕이 하나의 장소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장소는 일종의 공간성을 확보한다. 목욕탕의 공간성은 여러 가지로 제시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로 상이한 신체를 특수한 원리에 따라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시키는 데에 있다. 1)위생적인 목적에 따라 신체를 청결하게 가꾸는 것. 그러므로 비위생적인 신체를 개선시키거나 비위생적이라고 규정된 사회적 합의를 실현시키는 공간이라는 것. 2)즉 사회의 숭고한 이념을 통해 사회적 목적에 따라 하나로 수렴할 수 없는 신체를 추상적인 개인으로 이행시키는 제의적 공간이라는 것.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주체’(subject)라고 부르는 근대적 개인을 생산해 낸다는 것. 요컨대 목욕탕은 근대적 주체를 생산하는 공간이며 학교와 감옥 따위와 동일한 사회적 배치의 산물이며 그러한 배치를 실현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