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월간미술 기획기사 중 Busan Young Artist들을 소개 하는 글 중에 실린 것입니다>
방정아는 중하류층 여성들의 고단한 삶의 무게나 소외된 사람들의 무력한 일상을 섬세한 관찰력과 질박한 애정으로 그려 왔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주로 가부장적 문화에 찌들고 소비 사회의 화려함에 주눅든 채 억눌린 욕망을 간직한 ‘아줌마’들이다.
‘촌스러운’ 삶을 사는 이 여인들은 답답한 속을 풀기 위해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아이를 업은 채 집을 뛰쳐나와 게걸스럽게 ‘오뎅’을 먹기도 하고, 갑자기 싹쓸이 쇼핑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아줌마’들의 결단은 비장하기보다는 씁쓸한 미소를 자아내는 웃지못할 소동이 된다.
억눌린 여성의 삶이라는 소재는 흔히 평범한 사회 고발적인 메시지로 흐를 수 있겠지만, 방정아의 화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화면 속 인물들이 벌이는 ‘소동’의 코믹함은 소재의 무거움을 상쇄한다. 보색 위주의 색채 사용은 어두운 느낌보다는 어두운 삶을 가볍게 보려는 명랑한 시각을 담아 낸다. 인물의 표정이나 몸짓은 일러스트적으로 단순화되어 있는 듯하지만, 실은 정확한 데생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복합적인 접근 방식들은 서로 미묘하게 맞물려 화면에 긴장감과 생명력을 준다.
96년의 개인전 이후 방정아는 조금씩 변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색채는 좀더 밝아지고 일러스트와 같은 느낌은 더 강해졌고, 또한 공중에 매다는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간의 표정을 포착하는 감수성이나 삶에 대한 넉넉한 시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조선령/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