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는 그림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작가다. 이 작가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건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림이 이렇게 언어화되면서 자신만의 일상의 소소함을 능청스럽게, 천연덕스럽게 문장화하거나 보여주는 작가는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 그림을 하나씩 보면 이 작가의 하루가 주부로서의 삶과, 그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의 벅차고 고단한 일상이 손에 잡힐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지독하게 일상적인 메시지를 꾸밈없이 상투화, 속물화되는 일상이자 교묘히 은폐된 폭력이 난무하는 살벌한 일상이기도 하다. 방정아는 그림을 통해 그 길들여지지 않는 일상의 폭력, 끔찍함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일상에 구멍을 뚫어서 그 순간의 일상이 보여주는, 지배할 수 없는 의미를 순간순간 돌출시킨다.
이렇게 일상에 천착하는 능력, 본질적으로 현재의 안주성을 문제삼는 작업, 다소의 어수선함 속에서 무수한 촉수를 펼쳐놓고 닿는 대로 포획하는 감각들이 방정아의 힘이고 그것을 정확히 형상화시키는 솜씨야말로 그만의 능력이다. 사실 그 지점에서 여성작가들만의 매력, 마력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정아의 작업은 90년대 한국 여성미술의 한 성과로 보인다. 또한 그것은 페미니즘을 강변하거나 가시화시키지 않으면서 놀라울 정도로 여성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지점에서 풀려 나오는 지금의 작업들은 결국 방정아의 삶이고 그 자신이다. 만화나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은 회화뿐만 아니라 지점토로 만든 오브제 작업도 흥미롭다. 그 작업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오버’하지 않으면서, 지나친 감각주의나 연출력을 과시하는 기존의 젊은 작가들의 작업과 현격한 거리를 유지한채 자신만의 사물과 세계를 보는 안목을 반짝이며 보여주고 있다. <박영택·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