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는 것은 작가와 관람자간의 공감적인 이해를 바탕에 두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과 소통에 편리함을 우선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누구나가 공유하는 일상을 모티브로 한다는 것은 흥미롭지 않은 평범함과 무료함 때문에 이내 외면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정아의 작품들은 이러한 일상의 평범한 주변이야기를 쉬운 서술적 코드로 담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바라보는 관조의 시각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그녀의 작품은 블랙코미디적 성격이 강하다. 일상에서 핀셋으로 뽑아낸 듯한 한 장면, 장면들은 흔한 일상의 표본들을 소재로 공감하거나 또는 포복절도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그 공감과 웃음을 참다보면 결국엔 작품에서 읽어내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우울함이다. 그녀의 작품들 중 「변심한 동거녀에 앙심품고」를 처음 보게 되면 뉴스의 한 장면에서 보게 되는 매우 낯익은 모습이다. 수갑을 차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 아래로 시선을 두고 있는 피의자의 모습은 초조하면서도 차림새나 상황에서 매우 우습게 그려져 있다(심각한 상황에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상황을 만날 때처럼). 얼핏 제목 없이 작품만을 보았을 때 무슨 전파사의 수리공과도 같았던 인물이 하나 하나를 꼼꼼히 보다보면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고 있는 초췌한 모습이다. 그 그림의 특이한 제목과 우화스러운 인물에서 최종적으로 읽어내게 되는 것은 일상의 낯익음과 함께 안쓰러움이다. 그림 속에서 피의자로 등장하는 인물은 일상의 생활 속에 놓여 있는 왜소하고도 나약한 피의자이기도 하며 피해자이기도 하다. ‘변심한 그의 동거녀는 어찌 되었을까?’ ‘그의 동거녀는 무엇 때문에 마음이 변했을까?’ ‘그는 그의 동거녀를 얼마나 사랑했던 것일까?’ ‘사랑은 영원한 것일까?’… 「변심한 동거녀」는 일상이라는 현상인 동시에 이율배반적인 우리 삶의 주변구조를 말하고 있고, 컴퓨터의 복잡한 연결코더와 그 건너편의 누군가는 결과만을 정리하는 냉담한 제도와 규율을 상징하고 있다. 그녀 작품의 서술적 구조는 보이는 것과는 다른 이중적 비판구조를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방정아의 그림은 우리의 일상적이며 통속적인 삶의 풍속화인 동시에 일상 속에 잠복해 있는 소외와 모순, 그리고 한계 등의 서글픈 사실들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블랙코미디인 것이다.
박동호(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