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멀리 좀 더 가까이 삶과 소통하는 풍경들 
서양화가 방정아 전 22일 부터 
'스쳐가는 일상 들여다 보기' 
2001/10/20 

민주공원 초대전으로 열리는 젊은 서양화가 방정아 전(22일~11월10일 민주공원 기획전시실)의 그림은 '이야기한다'. 스쳐지나가는 일상을 꼼꼼하게 다시 붙잡는다. 울진 성류굴이라고 하자. 동굴 속은 울퉁불퉁 다소 괴기스럽다. 그는 붉고 불안한 느낌의 동굴 속에 철제 통로를 따라 관광 중인 아이 업은 아줌마를 그려놓았다. 거기에다 '관리되는 공포'란 제목을 붙인다. 공포도 철제 코스를 따라 코스가 있는 법이다? 
그림 '가혹한 응징 그리고 무관심'에는 쓰레받기 위에 죽은 벌레가 있다. 그 옆에는 에프킬러가 있고 한 여자는 등돌리고 팔짱 낀 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과연 모든 벌레는 해충이고 죽여야 하나,또 우리는 그 죽음 앞에 태연할 수 있나? 
제목도 그렇거니와 그림도 '이야기 성(性)'으로 인해 상당히 문학적이다. 수갑을 찬 채 경찰 조서를 받는 고개숙인 남자의 눈동자('변심한 동거녀에 앙심을 품고'),세면대 앞에 선 알몸 여인의 출산 흔적,그 튼살('튼살'),지하공간 감시 카메라의 눈 앞에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의 모습('의심')에는 불안함 어색함 당혹감 처연함 쓸쓸함이 스친다. 
그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를 '무갈등의 시절'로 이름지었다. '테러와 대(對)테러전쟁을 보니 무갈등의 시절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무갈등'이란 단어에 갈등이 일상처럼 묻여있다는 의미도 있어 그렇게 붙였지요.' 
그림은 일상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그곳'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미션 임파서블'은 북녘 그리운 금강산의 기암절벽을 오르고 싶다는 것을,'복귀'는 폐허가 되어버린 송도의 거북섬은 역설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많은 상징성의 짙은 은유로 보여주고 있다. 
30여점의 평면과 함께 이번 전시에서 놓칠 수 없는 게 또 있다. 2점의 지점토도 있지만 무엇보다 3편의 플래시 에니매이션(30~110초)이 있다. 
화가 3명의 가난한 일상을 담은 '가난한 달의 친구들'과 더불어 '생활의 발견'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울 것 같다. 
'또 다른 나에게'는 비바람을 거슬러 힘들어도 앞으로,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051―462―1060. 최학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