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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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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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학림
[부산미술계 이 작가] <5> 방정아 





서양화가 방정아(34)는 지루한 일상을 민감한 감성으로 낚아챈다. 문학적이고 섬세한 상상력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아주 센시티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공을 많이 들이지만 보기엔 쓱쓱 그린 듯한 붓놀림이 그런 느낌을 더한다. 
목욕탕에서 옷 벗은 두 여인을 담은 그림의 제목은 '권력 재편'이다. '잘난 모습도,못난 모습도 옷 벗으면 똑같아 지지 않는가'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 감각에 이르면 무릎이 탁 쳐진다. 또 '집나온 여자'는 부부싸움을 하고 뛰쳐나온 여인이 길거리에서 아마도 스트레스성 식욕 탓에 꼬치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풍경을 담았다. 그런데 업힌 아이도 손가락을 빨고 있다. 
그는 '내 그림은 익살스럽다고들 말하지만 실은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우리 삶의 슬프고 측은한 모습'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그림 '급한 목욕'도 찡하다. 온몸에 멍이 든 중년 여인이 목욕탕 문닫을 시간에 목욕하고 있는 장면이다. 오랫동안 구타당해 온 한 여인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과 늦은 시간 목욕탕에서 마주한 장면이 중첩되면서 탄생한 작품. 
그는 90년대 중반까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찢긴 일상을 '의식적으로' 많이 그렸다. 그것은 풍물패에서 상쇠재비를 하고 걸개그림도 그렸던 그의 대학시절-'시대로서의 80년대'의 머지않은 흔적이다. 그는 '이후 여성 문제는 '주변'에 대한 의식으로 넓혀진 것 같다'고 했다. 부산도 중앙에 견줄 때 주변이며 또한 그가 스며들고 있는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도 삶의 본령이면서 주변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상은 재미없잖아요. 반복적이고 따분할 따름이죠. 삶은 그런 재미없는 일상을 사는 거죠.' 하지만 그 속에는 쉽사리 망각하는 삶의 다양한 표정,이를테면 고통과 낯섦,우울과 우수,생동과 공허가 있다. '공허한 하루'에 나오는,그림이 잘 안돼 의자 3개를 붙이고 그 위에 드러누워버린 화가의 모습은 슬프고 안쓰럽다. '기인 고흐에 대한 뭇 열광에는 거부감을 가졌고 서정성이 넘치는 김홍도를 좋아한다'는 그는 김홍도의 감흥적인 글귀처럼 '요즘 제목짓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현재 작업 중인 그림 가운데 한복입은 단정한 신부를 담은 것에는 '오랜 방황 끝나고',오리 스무 마리의 털이 들어간다는 오리털 점퍼를 걸치고 있는 그림에는 '오리 스무 마리'란 제목을 붙여놓았다. 후자에선 요즘 관심을 쏟고 있는 생태문제에 대한 감각도 느껴진다. 
그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을까. '단순하나 울림깊은 좋은 음악처럼 쉬우면서 깊이가 있는 그림요. 그게 아름다운 그림 아닐까요.' 그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했고 올해 제13회 부산청년미술상을 수상했다. 
최학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