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근한 일상에 깃든 의미와 희화성(戲畵性)
작가를 다르게 말한다면, 견자(見者)라고 하겠습니다. 뭔가 이 세상의 여러 가지 숨어있는 의미를 들여다보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보는 이의 관심사나 영역의 층차와 됨됨이[견처 見處]에 따라 견해(見解)가 각양각색으로 나올 수 있겠지요. 작품이 단순한 손재간이나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산물만으로 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방정아의 작가다움도 견자의 풍모를 지닌 데 있습니다. 그는 고답적인 미지의 영역을 보기보다는 너무도 친숙하여 가까이에 있는 보통사람들의 세태를 들여다보고, 그 모습 속에 숨어 있는 삶의 낌새를 포착합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들어내어서 형상화시켜 전하려고 합니다.
주로 자기 주변의 삶의 광경을 보고 있습니다만, 특별한 점은 자기 자신의 삶을 객관화시켜 거리를 두고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품의 소재가 자연히 자전적인 경향이 농후합니다. 그렇지만, 그 드러난 의미는 한 여성이나 주부로서 갖는 삶의 토로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공감을 자아내는 데서 빛을 발합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이 지닌 성향은 ‘이야기 그림’으로서, 어떠한 장면을 서술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냥 ‘이야기꺼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차마 그냥 넘길 수 없는 , 웃지 못할 장면을 집약시키는 데 있습니다. 그 형상표출에 따르는 적확한 필치와 직관력이 매서워서 희화성(戲畵性)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희화성에는 삶의 애환이 스민 서글픔과 측은함도 배어 있습니다.
최근작인 ‘Who Am I' 와 ’비탄의 섬‘에 이르러서는, 이 드넓은 자연과 우주 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밤의 풍경과 건물의 외딴방으로 대비시켜, 멀리 바라보는 시점에서 희화하기도 합니다.
한편 그의 일련의 애니메이션작업에 대한 관심도 더욱 절제된 원초적인 희화성의 적극적인 변용과 가능성의 발로라고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이 지닌 드문 독보성이란, 희화성이 회화성(繪畫性)을 얻고 있는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옥 영 식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