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순옥 화가의 그림이야기>
봄의 전령들이 총출동입니다. 봄을 본다기보다는 느낀다고 해야겠습니다. 눈 밝혀주는 입술 노란 개나리 떼의 행렬들은 번잡한 일상이 주는 마음의 상태를 돌려놓습니다.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가 일상을 정돈하게 합니다. 하지만 일상은 불안정한 사실들로 헛돌고 헛짚어 가기 마련입니다. 완전을 꿈꾸지 않지만 결핍된 현실에서 느끼는 내면의 외로움, 그리움이 더욱 커져 갑니다. 이러한 느낌들과 함께 하는 작품입니다. '삶과 소통하는 풍경'으로 작품들을 통해 편안함으로부터 이탈된 상태의 일상을 봅니다.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봄은 어김없이 시간을 재촉합니다. 작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피곤해서 주저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모습을 일상으로 확대하여 순발력 있게 풀어놓습니다. '봄에 던지는 폭발 직전의 느낌, 마치 전쟁 직전의 폭풍전야 같은 느낌을 개구리 팔짝뛰기 직전의 모습처럼 주인공을 포착해서 표현했다'고 합니다. 고단한 일상 속에 주인공의 모습을 한순간으로 포착해 구체적인 삶의 단면을 드러내 보입니다. 자신의 주변을 정열적으로 표현한 작품의 울림이 여운이 되어 돌아옵니다. 일상을 만들어내는 단순한 사실들,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들은 화면 위에서 사건이 되고 풍경이 됩니다. 개별과 구체성에 호소하는 감성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것들입니다.
봄은 자기실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절입니다. 자연의 변화를 보고 생명의 신비를 느끼듯 자신의 본성을 찾아갈 때 일상은 소중해집니다. 작가들에게 작업을 하면서 기어이 살아내고 싶다는 마음의 싹을 키워나가는 힘이야말로 '느낌'에 호소하는 '감성'인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 담 바닥 짙은 흙을 뚫고 나와있는 손톱만큼의 작은 민들레에 눈시울을 적시며 일상을 위로합니다. 왜? 어째서? 어떻게? 라는 감성적인 물음들을 우리들 자신에게 해본다면 어떨까요?
방정아
홍익대학교 회화과 졸업. 개인전 6회
부산청년미술상 수상. 현재는 경기도에서 작업
http://www.bjar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