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오무라이스, 돈까스, 만두. 외식을 하면 흔히 볼 수 있는 세팅된 메뉴들이다. 방정아는 이 메뉴들을 하얀 접시 위에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간편하게 식사를 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을 재현했다. 도예가 김상호의 작품 위에 드로잉으로 옮긴 작품도 있다. 우울한 표정으로 음식을 입으로 퍼 넣은 여자, 술 취한 남자, 눈에서 열이 나는 사람 등 일상의 인물들이 나온다. 인물들의 행동은 표피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베일 속에 삶의 근원적인 문제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작가의 변.
방정아는 그동안 회화, 애니메이션, 입체 등 다양한 재료와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회화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고, 시대적 흐름을 감각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여러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접시와 도예 작품 위에 그림과 드로잉을 올려 놓는 이번 시도도 같은 맥락을 지닌다.
그릇그림 외에 회화도 4점 냈다.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장어 요리를 준비하는 영세 상인의 모습, 바닷가 앞 체육공원에서 운동하는 여자 아이, 개울에 서 있는 여인 등의 모습이 펼쳐진다. 푸른 색조가 주를 이루는 작품에는 투명한 그늘이 어김없이 나온다. 그늘이라는 어둡고 부정적인 부분에서도 빛이 있다는 긍정적 가치를 끌어올린다. '방정아전'이 9일까지 조부경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릇그림 50여 점, 회화 4점. 051-741-9637.
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