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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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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정 기자
강렬한 컬러보다 더 강렬한 메시지 
'방정아의 여행스케치' 작가, 5개월간의 본지 연재 마무리 
인디언·노숙자 등 미국 속살, 사회적 화두 캔버스에 녹여 



방정아 화가가 미국 여행 중 완성한 그림을 배경으로 연재 후기를 밝히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해 9월부터 국제신문 매주 화요일자 오피니언 면에 연재됐던 '방정아의 여행스케치'가 지난 12일로 막을 내렸다. 방정아 화가는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가족과 미국 여행을 하면서 20점의 그림을 현지에서 작업해 본지를 통해 소개했다. 이들 작품은 오는 4월 부산 수영구 광안동 미광화랑에서 개인전을 통해 다시 한번 선보인다. 

방 씨는 캘리포니아주 내 샌디에이고를 거점으로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등 미국 서부지역 3개 주와 엔세나다 티후아나 등 멕시코 2개 도시를 돌며 미 대륙의 다양한 이면을 캔버스에 담았다. 사막 바다 등 자연경관에서부터 한국인 이민자, 인디언, 노숙자, 비만 등 사회적 코드도 함께 버무려냈다. 

특히 그가 천착한 소재는 인디언이다. 'DNA 한 조각' 'My Life is in Ruins' 등의 그림에는 초라하고 슬픈 그들의 삶이 투영돼 있다. "서부 '개척' 전에는 1000만 이상의 북미원주민(작가는 인디언을 이렇게 표현)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25만 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디언 보호구역(Indian Reservation)'이라는 곳도 대부분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에 있고요. 지금의 미국은 북미원주민의 피와 눈물로 이룩된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 팽창주의가 북미원주민들에게 했던 행태를 제3세계에도 그대로 반복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인디언 역사에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그들이 가졌던 삶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갈등과 재앙의 시기'인 우리시대에 여전히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들에게는 국가나 영토 개념이 없었다고 합니다. 자연은 함께 하는, 그저 공존의 대상이었을 뿐이죠. 인간 이외의 것은 모두 대상화시키면서 파괴하고 이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연은 나와 같다'는 북미원주민의 지혜에 다시 주목한다면 환경위기의 시대에 큰 교훈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작가가 장기간 체류했던 샌디에이고는 멕시코인이 많은 도시였다. 때문에 그는 미국을 "비빔밥 같은 나라"라고 표현한다. "애리조나 등 남부지역은 예전엔 모두 멕시코 땅이었는데 영토를 확장하면서 미국으로 재편됐다고 합니다. 때문인지 이 지역에는 남미 문화가 널리 퍼져 있어요. 멕시코 음식('미키모자 쓰고 타코 먹기')이 일반화돼 있고, 주민들의 상당수가 남미인이며, 3D 업종도 이들의 몫이죠. 남미는 이미 미국을 지탱하는 힘인 겁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는 '숙자 할머니'를 꼽았다. 샌디에이고 어느 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중년여성을 다룬 그림은 '홈리스'라는 사회문제를 가벼운 터치로 접근하고 있다.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삶이겠지만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패권주의, 자기 이익만 챙기는 대국이라는 미국의 이면에는 '밑로부터의 힘'이 있었습니다. 환경운동 등과 같은 시민단체 활동, 자원봉사를 활발하게 하는 미국인들의 실제 모습이 건강한 견제세력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아래의 힘'에 의해 변화된 미국, 그로 인해 미국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된다면 세상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때문에 연재 마지막 그림('THE ROAD')은 어두컴컴한 길 가느다란 빛을 좇는다. 변할 세상의 변화를 이끌 희미한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입력: 2010.01.19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