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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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재로서 사건들, 혹은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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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선학




잠재로서 사건들, 혹은 의미들

 

강 선 학 kang, sunhack


해파리가 둥둥 떠 있는 자갈치 부둣가에서 담배를 물고 섰거나, 오늘 결국 잘렸다고 핸드폰에 대고 쌍소리를 해댄다. 참을 수없이 눈물이 그치지 않거나, 자신의 모습이 헝클어진 머릿결처럼 겹쳐 보인다. 이들 작품은 성격과 정황이 분명하고 묘사에 완결성을 보였던 방정아의 그동안 태도와 사뭇 다르다. 거친 색 면들이 사물의 사실성을 누르고, 색과 선들은 그 위를 탐색하듯 떠돌고 웅성거리며 사물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이번 접근은 특정 장면의 정황과 메시지 읽기에 앞서 대면을 요구한다. 그 대면은 소문처럼 온갖 것들로 움직이고 가지 치는 것들과의 만남이다. 어떤 상태로 어떤 것들이 완성될 것인지를 유보한 만남이다. 화면은 선과 색의 자율성, 외적인 규정에서 벗어나 통상적 형상을 거부하고 사물 자체의 의지를 보인다. 미완의 사건으로 내던져진 화면은 대상의 재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사물이 드러나는 시간성을 보게 한다. 사물의 존재보다 생성 중인 어떤 것, 동사로서의 사물의 이미지를 찾게 한다.

통상적으로 재현이 강조되는 작품은 우리 사유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를 향해 질주할 뿐 그 사이의 여정에 관해서는 느슨한 태도를 보인다. 여정에서 생기는 내 안의 잠재는 무시될 뿐 목적지에 모든 것이 종속된다. 그래서 재현은 때로 우리에게 특정 이념을 강요하고 재현의 정치학을 들먹이게 한다. 방정아의 작업 역시 그 나름의 세계, 이야기, 이야기의 방법을 가졌고 성과와 평가를 얻었다. 그의 표현 의지는 분명했고 형상은 그를 따랐지만 통상적 재현의 위험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작품전에서 정황을 보는 시간의 의외성은 그동안의 방법과 내용에서 다른 지점을 보아낼 수 있는 전환을 엿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