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갤러리 내달 28일까지
- 윤 '블루룸 Ⅱ' 힘·해방감 담아
- 방 '이상하게…' 생태주의 확장
"내 자식만을 위해 피를 토하는 '어머니'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어머니 하면 떠올리는 보살핌·사랑의 이미지에서 확장해 이타적 존재로서 '엄마' 이야기를 하고 싶다."(윤석남 작가) "'엄마'는 반어법적인 표현일 수 있다. 사회가 규정지은 엄마의 전형적 이미지를 깨는 이야기다."(방정아 작가)
윤석남 작가(왼쪽)와 방정아 작가. 설치작품은 윤 작가의 '붉은 밥 Ⅱ'로 심장을 들고 있는 본인을 묘사했다. 전민철 기자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 윤석남(79)과 중견 방정아(49) 작가가 2인전을 펼친다. 신세계갤러리(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6층)가 다음 달 28일까지 여는 '두 엄마' 전이다. 전시 제목 '두 엄마'는 실제로 엄마로 살아가는 윤석남 방정아 작가를 일컫는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상과 페미니즘 시각으로 본 진취적 어머니상 두 가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섹션 1에서는 두 작가가 겪은 어머니와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그네 위에 아슬아슬 매달린 여성이 팔을 늘려, 잘려져 바닥에 있는 자신의 손을 잡으려 하거나(윤석남 설치작품 '늘어나다 손'), 체온을 유지하려고 두터운 양말을 신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갓난아이를 안고 당황해하는 젊은 여성(방정아 회화 '어떨떨했어요'), 베란다에서 빨래하던 중 우연히 찾아온 새를 통해 창밖에 이미 봄이 왔음을 알게된 여성(방정아 회화 '춘래불사춘') 등이다. 대부분 작품은 우리가 '엄마'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
방 작가의 '춘래불사춘'. 신세계갤러리 제공
두 작가는 한국 화단의 경향과 관계없이 '여성주의 미술'의 길을 걸었다.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여는 등 대가 반열에 들어선 윤 작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정규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결혼 뒤 마흔 살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그는 "주변화될 각오를 하고 여성 이야기를 한 건, 여성으로서 내 삶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에 한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더 할 말이 많다"고 말했다.
방 작가는 단색화와 민중미술이 양립하던 1980년대 대학을 다니고도 둘 중 하나가 아닌 자기 삶을 이야기하는 길을 택했다. "주류 미술은 신선놀음 같았고, 민중미술조차 도식화되고 관념적으로 변하는 것을 봤다. 특별하지 않은 내 이야기가 보편성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5월 '가정의 달'에 잘 어울리는 '엄마'를 주제로 내걸면서도, '엄마'라는 존재의 이면과 우리 사회의 대안으로서 '여성'을 담은 전시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