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아의 책그림전 畵緣文화연문
2020.3.4.-3.27
(수-토 14:00-19:00)
비온후책방 전시공간 '보다'
그림이미지과 문학작품텍스트은 서로가 오해하기 쉽다. 쉽지 않은 결합이다. 서로에게 방해받을 수도 있다. 문학작품의 경우 섣부른 이미지는 그 내용의 범위를 축소시키거나 그림 작품에 대한 단정적인 글 역시 한 작품의 의미를 왜소하게 만든다. 문학작품을 그림으로 풀었을 때 그 그림이 삽화에 머물거나 혹은 그 문학작품이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꽤 생긴다.
나는 몇몇 문학 작품을 이미지로 만들 기회가 있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작품이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의미 있는 또 다른 형식의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황순원과 김명순, 정인 작가의 단편소설, 그리고 김혜순시인의 시와 이승우작가 소설의 일부 느낌을 작업으로 풀어낸 것들(2016~2018년)이다. 내 작업은 일차적으로는 쉽다. 왜냐하면 익숙한 이미지들이 화면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조금 깊게 다른 각도로 들어가면 뜻밖의 상황으로 이끌려 갈 수 있다. 각자의 내적‧외적 경험의 차이는 그 내용을 다르게 만든다.
나는 감상자가 그런 경험을 하기 바란다. 이미지는 처음 접할 때에는 한순간에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 같아 조금은 쉽고 시시하게 여겨지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든다면 즐거운 미궁에 빠질 수 있다.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 속에서 미세한 떨림과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 순간 감상자 역시 변화한다. 그리고 고정된 이미지의 균열을 발견할 수 있다. <글 방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