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좋아하는 운동이 있느냐 물었었고
딱히 대답할 꺼리가 없었던 나로서는
산보라고 대답해 버렸다
왠지 운동이라 하기엔 너무 체력소모가 덜한 거라
좀 멋적었었지만
산보를 즐기는 이유를 물었을땐
건강과 작업을 위해서 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 즐거운 나의 벗과의 만남은 주로 나의 집에서 작업실까지
가는 약15분의 거리에서 이다
금정산 계곡물이 내려온 대천천의 시작지점을 쭉 끼고
이어지는 그 길들 사이사이엔 수양버들과 갈대 그리고
습지식물들 ,어쩌다 한 번씩 발견되는 이름모를 물새
그리고 작은 집들 (분식집,어린이집,느티나무...죽은 새의 잔해)
이 이어진다
그사이 나는 무심결에 이런저런 노래들을 흥얼대거나
독백을 하거나(누군가 날 유심히 봤다면 좀 이상하게 생각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잡다한 이러저러한 상념에
젖어든다
그러다보면 징검다리에 다다르고
그 아래에 잔잔히 퍼지는 잔물결들과
잽싸게 도망치는 피라미 무리들
그리고 물 속에 이리저리 얽혀 탁한 색을 만들어내는
요상한 모양의 찌거기들을 매일 만나게 된다
그리고 -
내 머리칼들을 가만히 헝클어 놓는 기분좋은 바람
내가 산보를 하지 않는 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기분이겠지
(물론 도심한복판에서도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혼자 걷기는 여태껏의 나의 작업들을 쭉
도와 왔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