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화실로 가는 길목에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대천천 징검다리를 건너고
어느 오래고 낡은 골목길에 접어들면
늙은 아버지와 중학생 아들이 사는 집의
개 두마리.
짧은 희고 누르스름한 털을 가진
예쁜 잡종개이다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조그만 녀석들이었었는데
봄 사이 부쩍 커 버렸다
그 집은 따로 담도 없고
그 개들은 그저 집 앞 자그만 흙바닥과 돌 틈 사이에서
자거나 놀거나 하는 것 같다
단지 그 집 주인이 해줄 수 있는 건 그 낡은 집의 그늘 뿐.
비가 몹시 오는 날도 그 개들은 어디 다른 곳에
비를 피할 생각도 않고 오는 비를 주룩주룩 다 맞는다
나는 거의 매번 걔들에게 시비를 건다
비 오는 날이면 더욱
'이 바보 같은 녀석들아
다른 집 처마 밑에라도 가 있어'
걔들은 언제나 나에겐 무관심한 척 한다
2002.5